금호아시아나 '자구책' 빠진 계획 제출…공은 채권단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3년 시간벌기?…"신뢰 회복엔 미흡"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4-10 오후 6:14:37

[뉴스토마토 양지윤·최홍 기자] 10일 채권단이 공개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계획을 보면 '자구' 노력이 빠진 사실상의 자금 요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에 5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하며 채권단에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3년 간 경영정상화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데 협조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연일 박삼구 전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기대치에 부합하지 않는 안을 제시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 해결이 더 꼬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자구안 제출과 관련해 "모든 것을 다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은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 자산을 포함한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지원자금을 상환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 사진/뉴시스
 
금호아시아나는 박 전 회장 일가가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의 지분 전량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그룹 경영권을 걸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다. 산은에 제출한 자구안을 보면, 새로 제공하는 담보 규모는 미미하다. 박 전 회장의 아내와 딸이 보유 중인 금호고속 지분이 13만3900주(4.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42.7%)은 현재 금호타이어 신규자금 대출과 관련해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담보 지분을 풀어주면 박 전 회장 부자의 금호고속 지분도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채권단의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특정 채무에 대한 담보인데다가 공적자금도 들어가 있어 금융사들이 담보를 해지할 경우 자칫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채권단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도 당장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앞으로 3년 동안 경영정상화 이행여부를 평가받아 목표에 미달하면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진행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건부 수용 의사로 사실상 아시아나항공과 연결고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연일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매각 그 이상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금호아시아나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 질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채권단 일각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계획에 대해 냉담한 기류가 감지된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측이 낸 자구안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담보로 제공하는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의 지분 규모도 크지 않아 산은이 수용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자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없이 채권단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자구안이 아니라 협상안에 가깝다"면서 "이번 자구안으론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양지윤·최홍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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