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10주기)"이제 새로운 노무현은 우리" '노란물결' 속 2만 시민 운집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모여든 추모행렬…부시 전 대통령 등장에 큰박수 보내며 환영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5-23 오후 4:12:59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그 어느 해보다 추모 열기로 뜨거웠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더운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찾아온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최 측 추산으로 2만명이 몰렸다. 추모객들이 많이 참석하면서 행사 시작 1시간 전에 주최측에서 준비한 점심 도시락이 동이 나는 일도 벌어졌다.
 
봉하마을 입구부터 노 전 대통령의 그리움을 상징하는 노란 바람개비와 플래카드 등이 추모객을 맞이했다. 주변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노란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플래카드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등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메시지들이 적혀 있었다. 오전부터 노 전 대통령 묘역에 대한 참배와 헌화가 시작됐다. 참배 이후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사저 등을 둘러보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시민들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묘역 옆 생태문화공원에서 진행되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에서 온 30대 여성 김모씨는 "노 전 대통령이 그리워서 추도식에 참석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번 추도식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시민도 있었다. 40대 여성 김모씨는 "처음 추도식에 참석했을 때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너무 슬펐다"며 "매년 혼자 참석할 때마다 그런 마음이 더 커졌다. 이번에는 언니들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김해 기온이 최고 30도까지 올라가는 등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선글라스와 양산을 쓴 여성, 밀짚모자를 쓴 남성 등 더위를 피하는 방법도 다양했다. 일부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을 몸에 둘렀다. 노란 풍선과 노란 모자 등 물품도 다양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추모객들의 물품을 직접 전달했고, 행사를 진두지휘했다. 시민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인솔에 차례를 지키며 움직였다.
 
매년 추도식에서 자원봉사를 했다는 한 시민은 "지금까지 자원봉사를 하면서 이번 10주기 추도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분(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사람사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노무현 정신을 시민들에게 설파해서 진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까지 자원봉사를 하면서 이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오후 2시에는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파가 몰리면서 봉하마을 입구 차로는 극심한 차량 정체를 빚었다. 전세 버스 등을 타고 온 단체 추모객들은 차에서 내려 도보로 추도식장으로 향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상당수 국회의원들도 차에서 내려 걸어야 했다. 추모객들은 부시 전 대통령이 등장하자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반면 조경태 최고위원 등 한국당 지도부 인사들이 등장했을 때는 "야당이 추경 처리 안 해주고 뭐하느냐"며 일부 추모객들의 고성이 들리기도 했다.
 
봉하마을 대통령묘역 인근 추도식장에는 이번 추도식의 주제인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조형물이 서 있었다. 시민들은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면서도 결국 '우리 모두가 깨어있는 시민이 돼서 새로운 노무현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수원에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났던 기억을 회상했던 한 시민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운 노무현이 돼야 한다"며 "결국 우리 모두가 깨어있는 시민이 된다면 이런 일(노 전 대통령의 서거)을 다시는 안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새로운 노무현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노 전 대통령처럼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도 이날 시민들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미소'가 가득했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마음의 짐을 덜어 놓은 모습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처음 추도식에 왔을 때보다 지금 많이 좋아졌다"는 한 시민의 목소리에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엿보였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비 날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해=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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