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용어)투자의 맞춤옷 랩어카운트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5-23 오후 8:48:25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신한금융투자


얼마 전부터 주변에서 맞춤 정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원단과 색상은 물론이고 깃의 모양, 단추까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해 개성을 살리고 몸에 꼭 맞게 만들어 기성복에서 얻기 힘든 편안함도 누릴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입니다.

기성복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원할 때 곧바로 사서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항상 조금씩은 아쉬움이 있어 만족감 면에서는 맞춤 정장을 따라가기 힘들다고도 입을 모읍니다.

금융투자상품 중에서는 펀드를 기성복, 랩어카운트를 맞춤 정장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상품을 그대로 사고 중간에 투자자 마음대로 종목이나 전략을 변경할 수 없지만 랩어카운트는 투자자의 의사 반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말 그대로 포장하다와 계좌를 합성한 말인데 여러 자산을 하나로 묶어서 고객 맞춤형으로 자산관리를 해주는 상품입니다.

국내·해외주식이나 채권, 상장지수펀드를 비롯해 모든 자산을 담을 수 있고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교체도 가능합니다. 펀드와 달리 실시간으로 언제든 계좌에 있는 종목이나 자산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최근에는 최소 가입금액이 없는 상품도 있지만 통상 3000만원 이상이 있어야 가입 가능해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은 것은 약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랩으로 줄여 부르기도 하는 랩어카운트는 크게 자문형과 일임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문형은 금융투자회사가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면 고객이 직접 주문을 하는 상품이고 일임형은 금융투자회사가 알아서 다 해주는 방식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고객 개인마다 맞춤식으로 전략을 짜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상품이지만 실제로는 펀드처럼 어느 정도 유형화돼있습니다.

각각의 고객에게 투입되는 자원을 줄여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춰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성복과 비슷하게 일단 옷을 만들고 고객이 선택을 하면 몸에 잘 맞도록 피팅해주는 보급형 맞춤정장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랩어카운트는 2000년대 초부터 판매가 됐는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0년 전후입니다. 당시 30~50개 정도의 국내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던 자문형랩은 펀드에서 실망하고 있던 투자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면서 '블랙홀'이란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로존 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악재가 국내 증시에 충격을 주면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고 화이트홀이 됐습니다. 그 뒤로 10년 가까이 랩은 이름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관심의 대상이었다가 최근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증시의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보다 유연하게 상황에 대응하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과거보다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대신 안정적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의 전략 선회, 투자 자산 다양화 등도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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