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한-일 시민연대 필요”


도의적 차원이나 기금모금 방식으로는 안 풀려…진실규명 위한 논의의 장 열어야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8-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일본이 한국에 경제 도발을 가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말마다 벌어지는 반아베 집회에서도 시민들은 일본 정부에게 경제 사안 말고도, 과거사 관련 사죄를 연신 외치고 있다. 과거사 중에서도 위안부 사안은 민감할 사안일 뿐더러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일본 정부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형태로 봉합이 시도되기도 했으나, 번번이 피해자와 국민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고, 피해자 할머니들이 점점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해결책이 존재할까. <뉴스토마토>는 위안부 사안의 권위자로 꼽히는 윤명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 조사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일본군 위안부는 특수한 사건인가, 아니면 여성 인권이 짓밟힌 보편적인 사건인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인 사건이다. 그래서 이거냐 저거냐 식의 흑백논리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구분해 말하자면 두 측면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점령지에서 성폭력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조장한 것은 일본군 위안소 제도가 처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수한 사건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1937년 중일전쟁이 터진 이후 1938년 3월4일 육군성이라는 중앙정부 부처가 제도적 개입을 해 위안소를 만들었다. 그들은 명분으로는 군인이 저지르는 전쟁범죄를 예방하고, 성병 대책을 세우며, 방첩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국가가 성폭력(군위안소)를 용인하자, 위안소는 시기나 장소에 따라서, 필요에 의해서 변형되며 굉장히 다양한 성폭력 유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라는 의미에서 보편적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일제가 만든 위안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군은 난징대학살에서처럼 동남아시아에서도 강간 사건을 굉장히 많이 저질렀다. 한국군은 6·25 때 위안대를 만들고 베트남에서 성폭력을 저질렀으며 미군을 위한 기지촌이 존재했다. 지금까지도 유고슬라비아 전쟁이나 IS 대원, 아프리카 콩고 등에서 전시 성폭력이 벌어져왔다.

과거사에 대한 관심, 피부로 느껴지는지

초중고교 교사들 말을 들어보면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입시 위주로 교육하다보니 학교 현장에서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기 어렵다. 그리고 가르치고 싶은 선생님들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거 같다. 위안부라고 하면 모두가 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어떤 논쟁들이 있고, 또 어떤 의미에서, 어째서 여성 인권의 문제인지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그룹이 노력을 한다고 해서 금방 바뀔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역사 시간에서만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사회 시간에 가르칠 수도 있고. 아니면 문학 속에서도 다뤄질 수 있다.

위안부 문제는 왜 기금으로 해결될 수 없는가

2005년 민관합동위원회가 위안부 문제, 사할린 강제 징용, 원폭 피해자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에서 해결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어 사할린 동포 문제는 한일 정부 협의 하에 한일적십자사 주도로 영주귀국 운동이 진행됐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도의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온 셈이다. 이 문제의 해결방식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그다지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 해결운동을 계기로, 일본 정부의 법적인 책임과 식민지 지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도의적인 책임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에 이의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기금에 앞서 나온 고노담화는 법적인 책임을 인정한 게 아니었다. 일본 정부가 자료 조사도 했지만, 철저한 진상규명을 한 것도 아니었다. 화해치유재단도 그렇다. 2015년 한일외교 장관들이 했던 발표는 그야말로 ‘급습’이었다. 피해자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도 없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런 방식은 국민을 위한 국가의 태도가 전혀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건 당연할 것이다.
 
지난 5월9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에서 일본군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안부 사안의 진정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만일 일본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국가범죄라고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개인보상하면 모두 해결되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피해자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위안부 문제는 과거사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현재의 문제로 연결시켜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문제, 나의 문제로 연결시켜 지금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해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미투’ 운동 이후 주목받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사법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여성혐오, 차별 등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우리가 일본 정부에 진상규명하고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 정부에 베트남전 당시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해 똑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해결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학계가 할 수 있는 일은?

학계는 진상규명을 위한 작업과 사회의 불평등이나 여성 차별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대중의 인식 전환을 위해 필요한 논의의 장을 여는 것도 중요하다. 위안부 문제의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역사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진실규명과 사실을 통해서, 논쟁과 이론을 통해서 현실을 돌아보고 이정표를 만들어내는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먼저 우리가 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위안부 해결운동이 여기까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피해자와 시민단체 노력이 큰 힘이 됐지만 일본에서 연구나 활동 등으로 연대했던 사람의 노력 또한 컸다.
국가와 국민을 초월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횡적인 시민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각자의, 또 상대방의 역사나 사회 등을 잘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특정 정권의 정책이나 성향 등과 별개로 한일 시민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일본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기보다 모든 나라의 ‘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의 문제로 다가왔을 때 가장 진정성있게 생각할 수 있다. 각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지금의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언제고 기어코 정의를 실현시킬 것이다.
 
윤명숙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 조사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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