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망에 서울경찰청장 책임 있다"…구은수 2심 '유죄'


1심 무죄 뒤집혀…"구 전 청장 적절한 지휘권 행사했어야"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8-09 오후 5:00:17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발사한 살수차 물줄기를 맞고 넘어진 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무죄로 판단한 1심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참모를 통해 살수만을 지시했을 뿐 과잉 살수가 방치되는 현장 상황에 대해 적절한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구 전 청장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7(재판장 이균용)9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현장 지휘관 신모씨와 살수요원 한모씨에게도 벌금 1000만원을, 다른 살수요원 최모씨에겐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한씨 외 나머지는 원심과 양형이 같다. 한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외 살수차의 살수압 등을 제대로 측정해 기록하지 않은 허위보고 혐의를 추가로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전원에게 적용된 업무상 과실치사 및 한씨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한 시위 참가자들이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찰 측이 대응해 사용한 수단이 적정한 수준을 초과하는 것이라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경찰장비에 의해 참가자들의 생명·신체의 위험이 초래될 상황이었음에도 시위대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과잉 살수가 방치됐고 그로 인해 피해자는 결국 생명을 잃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당시 시위대가 각목과 쇠파이프 등으로 경찰관들을 무차별 폭행하는 등 폭력적이었다는 점과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48000만원을, 구 전 청장을 제외한 3명의 피고인들로부터 총 6000만원을 지급받은 점 등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에 대해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과잉 살수가 방치되는 원인과 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음에도 경고나 안전 살수 지휘·감독 지시를 하지 않고 오히려 반복하여 살수만을 지시했을 뿐이었다며 지휘권을 행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의 사망을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지난 6총괄책임자로 살수차 운영지침에 허가권자로 명시하고 있지만 권한을 위임하고 있고 결국 구체적인 지휘감독 의무를 원칙적으로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고 백남기 농민은 201511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나갔다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 현장에서 시위대에 대응한 경찰의 살수차 물줄기에 맞아 넘어져 응급실에 호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이듬해 925일 두개골 골절로 사망했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당시 공권력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5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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