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나서야" 요구 나오지만 변호사법 개정은 '고양이 목 방울달기' 격


전관로비 횡행하는 대형로펌…견제기구 설립·법관 중징계·변호사 윤리 점검 등 다각도 해법 필요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8-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전문가들은 사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강제징용 재판개입 관련 김앤장의 조직적 로비를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흔들리는 사법질서와 침묵하는 변호사단체의 무너진 변호사자치를 두고 변호사법 개정을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물론 재판이 진행중이라 사실관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김앤장의 그와 같은 혐의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 많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위원인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관 문제를 입법화했음에도 김앤장이나 몇몇 대형 로펌에서 금감원이라든지 국세청 등 실질적으로 재판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 출신 공직자들을 영입해 로비의 수단으로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해 국세청 국정감사에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분사한 김앤장 세무법인 문제가 도마에 올랐는데, 국세청 출신 세무전관들이 주축이었다. 이 문제를 제기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대형로펌이 '새끼' 법인을 만들어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 3년간 연 매출액 100억원 이상 법무법인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을 우회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 전관 로비 때문에 김앤장이 국내 제1로펌이 됐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로비와 청탁을 도맡아 해왔다""개인 변호사 사무실은 변호사가 잘못하면 그대로 업무정지나 제명처분을 하고 사무실이 문을 닫는데, 로펌의 경우 로펌의 묵인 속에 조직적 로비가 일어나 개인 변호사가 징계 받아도 로펌이 받는 불이익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김앤장을 위시한 대형로펌의 재판로비는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법률 송무를 담당하는 변호사가 공식 선임계를 내지만, 전관 변호사와 사건 관련 부처 출신 전직 공무원이 로비를 하고 소송을 막후 지휘하는 형태다. 최근 가습기살균제 수사 과정에서도 SK케미칼과 애경을 대리한 김앤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전관을 동원해 공정위 조사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낸 정황이 불거졌다. 삼성바이오 회계비리 증거인멸 사건 공판 전면엔 법무법인 평안과 율우 변호사들이 나서지만, 사실상의 소송 지휘는 김앤장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비팀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가동되는지는 인력 현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1일 김앤장 홈페이지를 보면, 부문별로 법률서비스직 외 '고문'이란 직위의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 분야엔 변호사 187·외국변호사 28·회계사 2명 외 10명의 고문을 뒀는데 이중 8명은 공정위 출신 전관이다. 게임·리조트·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선 변호사 30·외국변호사 15명에 문체부 2·국토부 1명의 고위전관이 있다. 이렇게 총 77개 분야·산업·지역 부문에서 활동하는 고문은 총 118명으로 이중 약 90명이 전직 공무원이나 금감원 등 규제기관에서 퇴직한 전관이다. 광장·세종·태평양·화우 등 다른 대형 로펌도 규모만 다를 뿐 사정은 비슷하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법률서비스시장이 그리 크지도 않은데 그 절반을 5대 로펌이 다 가져가고 똑같은 체제가 아주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그중 상당부분을 김앤장이 가져가는 체제에서 대형로펌 비리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건 우리나라 법을 어느 개별 로펌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를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변호사법을 개정해서 법률사무소를 규제하고 경우에 따라 과감한 처벌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김앤장 같은 대형로펌들을 감독하고 규제할 수 있는 기구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변호사법 개정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구성을 보면 위원 18명 중 10명이 법조인 출신으로 소위 '금뱃지'를 떼고 나면 '변호사 뱃지'를 달 입장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월 구속기소된 데 이어 3월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됐던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재판청탁 의혹 수사와 기소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사법농단 사태를 계기로 한 국회에서의 변호사법 개정은 어찌 보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인 셈이다.
 
차 교수는 법관에 대한 중징계를 통한 로비 차단을 제시했다. 그는 "사건 당사자 혹은 관련된 제3자와의 부적절한 접촉이 사후 적발됐을 때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현행법상 법관은 금고이상의 형이나 탄핵을 받지 않으면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파면되지 않는데, 이런 경우 법관도 물러나게 할 정도의 강력한 징계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변호사단체의 역할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일단은 변호사 윤리를 만들고 잘 운영할 책임이 변호사 단체에 있는데 변호사 자치가 지금 아주 중요한 문제에 직면했다""이번 기회에 전관 로비에 대해 전반적으로 변호사 윤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행정부 고위공직자의 로펌행을 지적해온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는데 우선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좀 더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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