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강간미수범, 첫 재판서 "성폭행 의도 없었다"


긴 머리로 얼굴 가리고 법정 선 피고인, 반성문·사과문 제출…재판부 "뜬구름 잡는 얘기, 이해 어려워"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8-12 오후 3:43:21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신림동에 혼자 사는 여성을 집까지 뒤따라가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하다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모씨(30)가 첫 재판에서 성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강간미수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재판장 김연학)11일 성폭법위반(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씨는 재판부가 입정한 뒤 5분이 지나서 양쪽 귀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살짝 가리고 검은 테가 둘러진 안경에 베이지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신상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한 뒤 직업은 음향엔지니어라고 답했다. 자리에 앉은 뒤로 조씨는 머리를 잠시 뒤로 넘기기도 했으나 대체로 양쪽 뺨까지 내려온 머리를 그대로 두고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검찰은 "조씨가 지난 528일 오전 6시경 신림역 부근에서 술에 취해 들어가는 20대 피해자를 발견하고 몰래 뒤따라가 강간하기로 마음먹은 다음 피해자 주거지 건물 앞에 이르러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까지 올라간 후 피해자가 먼저 내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을 기다렸다 바로 따라내려가 잠기지 않도록 손으로 문을 쳤으나 문이 잠기는 걸 막지 못했다"고 공소사실을 진술했다. 이어 "계속해서 원룸 현관 앞을 서성이며 2~3분 간격으로 '떨어뜨린 물건이 있으니 문을 열어달라'며 수회에 걸쳐 현관문을 두드리고 휴대전화 라이트로 도어락을 비추며 비밀번호를 눌러보는 등 폭행·협박해 약 10분간 현관을 열려고 시도하다 열지 못하고 돌아가 주거 침입하고 강간하려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씨는 종전에도 길 가는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전과가 있는 등 성향을 종합하면 충동성을 억제하지 못하고 재범 가능성이 높다""성폭력특례법위반 주거침입 강간죄를 기소하고 보호관찰 명령을 청구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조씨 측 변호를 맡은 최원길 변호사(법무법인 제이앤씨)"공소장에 기재된 행위를 피고인이 한 건 맞지만 그 당시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단 취지"라고 말했다. 신림역 부근에서 피해자를 몰래 뒤따라간 것부터 시작해 공소장에 기재된 행위 사실 자체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적용된 혐의 중 강간미수는 의도가 없었다며 부인하는 상황이다.
 
조씨는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앞서 조씨는 지난 9일부터 7일까지 총 6차례 반성문을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날 기일을 앞두고는 피해자 앞으로 사과문을 작성해 참고자료로 제출하고 피해자 측 신진희 변호사(법률구조공단 피해자 국선 전담)에게도 전달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씨에게 "지난 번에 제출한 반성문을 보면 뜬구름 잡는 얘기들이 있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는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면서 "오늘 사과문은 뭘 얘기하는지는 이해가 되는데 이 사건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써 내는 게 좋을 것 같다. 약간 추상적으로 돼 있어서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10여분간 모두절차를 마친 직후 이어진 서증조사부터 피해자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심리를 진행했다. 비공개 재판은 1시간10분간 진행됐다. 조씨 측이 2012년 성범죄 사건이 피해자와 합의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뒤 반성하며 잘 살아왔고 당시 행위가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신청한 양형조사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다음 공판기일은 9월17일이다.
 
조씨 사건은 지난 528일 오후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신림동 강간범 CCTV 영상'이 논란이 되면서 알려졌다. 경찰이 조씨의 주거지까지 수사망을 좁히자 조씨가 29일 오전 자수했다. 법원은 61"행위 위험성이 큰 사안"이라며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주거침입 및 강간미수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조 모 씨가 혼자 사는 여성의 집 현관 앞에서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모습. 사진/CCTV 영상 갈무리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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