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고유정 "성폭행 피하려던 우발적 범행"


법정서 흐느껴 울다가 재판 후 머리채 잡혀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8-12 오후 3:57:26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이 법정에 나와 계획범행을 부인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80일 만이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정봉기)는 이날 오전 10시 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사체췌손유기 혐의를 받는 고유정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고유정은 이날도 이전처럼 머리를 풀어헤쳐 얼굴을 가리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고 제주지법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방청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했다. 
 
이날 고유정은 수감번호 38번이 쓰인 연두색 수의를 입고 나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원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고, 이름·생년월일·직업 등 재판부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1시간 20분 남짓 진행된 공판에서 고유정은 혐의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우발범죄를 주장했다.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유정 측 변호사는 "피고인 몸에 난 상처는 피해자의 강간 시도를 피하려는 과정에서 입은 것"이라며 "졸피뎀을 먹였다면 이런 상처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고유정은 피해자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면서 "고유정은 피해자의 변태적 관계 요구에 사회생활을 하는 전 남편을 배려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고유정의 범행을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고유정이 피해자를 제주도펜션으로 유인해 졸피뎀을 넣은 카레를 먹게 한 후 살해했고 미리 구매한 도구를 이용해 사체를 훼손 및 유기했다고 보는 것이다. 또 피해자의 저항으로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문의를 했다고도 봤다.
 
고유정은 법정에선 흐느껴 울기도 해 방청객들로부터 야유를 받았고, 공판이 끝나고 머리채가 붙잡히기도 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범행 이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피해자를 살해한 후 사체를 손괴, 은닉하기 위해 각종 범행 도구와 장소를 물색했다고 봤다. 그는 지난 5월 범행 장소로 물색한 제주도 펜션을 예약했고,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처방 받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 렌트카 블랙박스', '니코틴 치사량', '혈흔' 등 내용을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하기도 했다.
 
또 검찰 조사에 따르면 고유정은 피해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다가 실패하고 행방을 감춘 것처럼 범행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성폭행 미수 및 폭력으로 고발하겠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과의 이혼 과정에서 자신의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된 책임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렸고, 검찰은 이를 범행 동기로 보고 있다. 피해자는 앞서 고유정에 대해 폭행, 자해행위 등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의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호송차에 오르는 고유정의 머리채를 잡아 당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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