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가장 순수한 신파의 진심


최근 한국영화 철 지난 소재 집합 vs 감독의 연출 조율 ‘탁월’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9-02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좋지 않은 작법이다. 지적 장애 아버지와 불치의 병에 걸린 딸이 등장한다. 희화화를 선택하진 않았다. 하지만 코미디를 끌어 들인다. 당연히 신파의 흐름으로 끌고 들어간다.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다. 그럼에도 칭찬하고 싶다. 웃음과 눈물은 본질적으로 같다. 이 두 가지가 뒤섞이고 또 하나로 묶이는 지점. 그 임계점을 능수능란하게 조율한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한국 영화에서만 특출 난 장르로 인정 받고 있는 신파를 완벽하게 다른 레시피로 요리한다. 그리고 반전이 이끌어 내는 메시지는 관람 이후 되새김을 통해 묵직하면서도 기억해 둬야 할 감정을 만들어 낸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빠는 철수’(차승원).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누구라도 시선을 뺏길 만한 멋들어진 모습이다. 조각처럼 빛나는 근육질의 몸매는 덤이다. 그는 칼국수집 종업원이다. 멋진 팔뚝의 근육을 뽐내며 칼국수 반죽을 빚는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 어눌한 모습이다. 몸 개그까지 펼친다. 이 남자, 허당인가. 자기가 일하는 칼국수집 손님들에게 밀가루는 몸에 안 좋다며 지적질이다. 이 가게는 철수의 동생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다. 철수의 괴상한 언행에 동생 영수(박해준)는 화를 내긴커녕 형을 걱정할 뿐이다. 뭔가 해괴한 형제들이다.
 
철수의 하루 일과는 뻔하다. 동생 가게에서 칼국수 반죽을 하고 동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더듬거리는 말투로 “100이라며 전문 트레이너 못지 않은 운동 실력을 뽐낸다. 물론 어눌함은 여전하다. 어눌함이라기 보단 아이 같다. 운동하며 보던 런닝머신 TV 채널을 돌리려는 다른 사람에게 안되요!!! 재미….있어라며 다른 사람을 윽박지른다. 헬스장 관리인 김씨(안길강)는 철수를 혼내긴커녕 그의 민폐 행동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주변 사람들의 이해를 부탁한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 사진/NEW
 
그런 철수의 변치 않은 하루 일과에 균열이 생긴다. 길을 물어보던 한 할머니(김혜옥)에게 이끌려 병원에 간 철수다. 그 병원에서 철수는 빡빡머리 소녀 샛별(엄채영)과 만난다. 할머니는 샛별에게 철수를 아버지라고 소개한다. 백혈병을 앓던 샛별도, 어딘가 모자란 철수도. 둘 다 황당하기는 마찬가지. 갑자기 사라진 철수를 찾아 돌아다니다 병원에 온 동생 영수는 할머니를 보자 대뜸 화부터 낸다. 그런데 영수와 할머니가 서로 아는 사이 같다. 그렇게 영수의 손에 이끌려 칼국수 가게로 돌아온 철수다. 하지만 철수의 눈에 샛별이 자꾸 밟힌다. 다음 날 병원으로 샛별을 보러 찾아간다. 그런 철수의 눈에 병원을 탈출하는 샛별이 보인다. 철수는 샛별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탈출 동행을 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간 곳은 대구.
 
백혈병 소녀와 어눌한 아빠. 두 부녀의 대구행은 녹록하지 않다. 당연하다. 가는 길에서 두 사람에게 닥치는 엎치락뒤치락 사건은 웃음을 만들어 내고 또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구에서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깡패까지 등장한다. 최근 한국영화에서 사라져 간 소재 중 하다. 하지만 이 깡패들도 그렇게 나쁜 깡패들은 아닌 듯싶다. 주인공 철수처럼 어딘가 모르게 어눌한 허당들이다. 우여곡절의 사건과 과정을 거치며 도착한 대구에서 샛별과 철수는 뜻하지 않은 사건과 과거, 그리고 두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헤어졌다가 만나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 사진/NEW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최근 한국영화의 소재 시장에서 사라진, 더 이상 주목하지 않던 터부시 되던 소재를 모두 끌어 왔다. 지적 장애, 불치병, 깡패, 사연팔이, 반전까지. 무엇 하나 칭찬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유통기한 지난 이들 소재를 버무리는 방식이 착하다. 새롭진 않지만 유려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럼에도 전형성이란 측면에서 분명히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구태여 이들 소재를 끌어와 영화 마지막 반전의 키워드를 위해 장치한 것은 신파란 소재가 갖고 있는 보편성의 힘을 위함이다.
 
반전에 담긴 거대한 사건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아픔이었다. 그 아픔은 기억이란 이름으로 각자의 가슴 속 혹은 머리 속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그 사건을 겪었던 겪지 않았던 우리는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피해자들에 대한 부채 의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그 부채에 대한 기억을 되새김질 했다. ‘미안함이란 감정은 어떤 수식과 덧댐으로도 포장돼선 안 되는 감정이다. 그래서 따지고 보면 영화가 사용한 방식과 소재의 활용 그리고 인물의 정체성이 그럴 수 밖에 없었단 것을 느끼게 된다. 순수함의 시선을 통해 존재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러지 못했던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종이 한 장의 차이도 안 된단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른 척 하고 살아왔지 않았나 싶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 사진/NEW
 
이 영화의 그 순수함이 막장으로 흐르지 않고 신파의 독설이라 불리는 자극의 본능에만 충실하지 않은 이유다. 영화 밖의 관객이나 영화 안의 인물들이나 그 감정은 오롯이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분명히 터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도 나쁠지언정 못된 사람들이 없다.
 
미안함은 가장 순수한 감정이다. 순수해야 만 미안함이란 감정의 본질이 전달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모두에게 힘들 내라고 전한다. 그래야 조금은 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따뜻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이 그리는 그런 삶은 지금이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봉은 오는 11.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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