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늘려 투자 확대, 당당한 나라 되는 길"


일반 지주사 CVC 설립 허용 주장 제기…"비정상의 정상화 방안"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9-04 오후 5:05:59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하는 당당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투자사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벤처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4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실 주최로 열린 'CVC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벤처 투자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실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4일 국회에서 'CVC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진양 기자
 
CVC는 기업 내 설립하는 벤처캐피탈(VC)로, 기업이 주로 자체 잉여자금을 가지고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혁신적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다. 전세계적으로 구글, 인텔, 소프트뱅크, 알리바바 등 국가를 막론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모두 벤처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금산분리 규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일반 지주회사는 CVC를 설립할 수 없다. 때문에 삼성벤처투자, 카카오벤처스 등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기업들은 CVC를 계열사로 갖고 있지만 SK, LG 등은 해외에서만 CVC를 운영 중이다. 롯데의 경우 지난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롯데액셀러레이터를 2년 내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날 고 회장은 일반 지주회사의 CVC 설립이 불가능한 현 상황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대면할 수 있는 사람은 독일의 메르켈 총리뿐"이라며 "이 근간에는 1300여개에 이르는 독일의 강소기업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강소기업'이라 불리는 히든챔피언이 전세계적으로 2700개가 있는데, 이 중 절반이 독일에 있다는 것. "독일의 기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 당당한 메르켈을 만들었다"고 고 회장은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히든챔피언은 23개로 220개의 일본의 10분의1 수준"이라며 "10년 안에 강소기업을 500~1000개로 키워내면 일본, 중국, 미국으로부터 당당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그는 대기업의 적극적인 벤처 투자를 꼽았다. 고 회장은 "인구 820만명의 이스라엘에만 470개에 이르는 투자사가 있고 그 중에서도 300개가 CVC"라며 "반면 한국은 실제 활동하는 투자사가 150~160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참석자들도 대체로 일반 지주회사의 CVC 설립에 동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지난 5년간의 벤처 투자 동향을 보면 전체 투자금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면서도 "대기업와 법인의 출자 금액은 되려 줄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늘려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CVC의 대안으로 지목되는 벤처지주회사 제도에 대해서도 "자금 조달의 신속성이나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임 센터장은 일반 지주회사에 CVC 설립을 허용할 경우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조합 형태로 바뀌면 보다 엄정하게 감시를 할 수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 역시 "벤처 생태계는 대표적인 시장 실패 영역"이라며 "정부의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법률상 이를 잘 못하게 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기부, 공정위 등으로 분산된 규제 담당 부서를 일원화하고 대기업들이 연합한 민간 모태펀드로 스타트업 지원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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