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 "케이팝과 바흐 프로젝트는 '동질의 유전자'"


7일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서 토크 콘서트…"춤 기반 음악, 세상 바꾸고 있어"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9-09 오후 2:01:5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의 언변은 거의 첼로 연주였다. 유쾌하고 활달하면서도 때론 즉흥적이되 진중하고 부드러웠다. 느리고 빠른 템포를 오가며 전하는 '음악의 포용적 힘'이 가슴을 어루만졌다.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요요 마(64)를 본 소감이다.
 
요요 마는 그래미 18회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인 첼리스트다. 누적 음반 판매량 1000만장에 달하는 클래식계의 거장. 지난해 8월부터는 전 세계 국경과 주요 도시를 찾아가는 '더 바흐 프로젝트(The Bach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6개 대륙, 36개 도시에서 이어져왔다. 
 
프로젝트는 바흐 음악이 세계인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다. 연주 뿐 아니라 그가 직접 교육, 기술, 환경 등 해당 국가의 문화를 창의적인 방식으로 토론한다. 서울은 그의 발길이 닿은 20번째 도시. 첫 공식일정으로 택한 강연 주제 역시 다소 쌩뚱맞고 예사롭지 않았다. 'K-POP(케이팝)의 미래와 문화기술 그 사회적 가치에 대하여' 
 
세계적인 첼리스트가 왜 클래식이 아닌 케이팝에 대해 고민했을까. 그가 본 케이팝의 문화 사회적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언뜻 보기에도 낯선 이 퍼즐 같은 주제는 이날 토크쇼를 관통하는 가장 큰 질문이었다. 이날 무대에는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본부장, 임희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가 함께 올랐다. 두 사람은 요요 마가 던진 거대한 수수께끼를 해석해갔다. 
 
요요 마(왼쪽)와 이성수 SM 엔터테인먼트 본부장, 임희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사진/별마당도서관
 
요요 마, 케이팝을 묻다
 
이날 요요마는 아이 같은 표정을 하고 두 국내 음악계 인사들에게 역으로 질문 세례를 했다. '두 분은 케이팝을 언제부터 들으셨나요?', '케이팝은 안무가 기반인 하나의 장르죠?'
 
세 사람은 함께 90년대 케이팝의 명맥부터 짚어나갔다. 미리 준비됐던 대화 순서들은 모조리 해체되고, 요요 마의 주도 아래 즉흥으로 재조립됐다. 이성수 본부장은 1세대 아이돌 H.O.T를 언급하며 케이팝 초기 현장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H.O.T가 중국 북경에서 콘서트를 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국 팬들은 H.O.T의 얼굴 사진을 가방에 달기 일쑤였는데, 한 팬은 가방에 태극기를 꼽고 왔었어요. 당시 이수만 SM 사장님이 놀라셨던 기억이 납니다."(이성수 SM 본부장)
 
경제가 문화에 앞선다는 표현이 있다. '이코노미 퍼스트, 컬쳐 넥스트'. 하지만 당시 SM은 중국 팬들로부터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컬쳐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 "문화가 먼저 가고 경제가 그 다음이 될 수 있겠구나, 그때 알았습니다. 그때부턴 세계 진출에 언어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댄스를 음악의 주 소재로 삼았습니다."(이성수 SM 본부장)
 
'20대 시절 H.O.T보다 메탈리카를 더 좋아했다'는 임희윤 기자는 "샤이니의 셜록을 보고부터 놀랐던 기억이 난다"며 "비주얼과 안무, 음악이 비빔밥처럼 녹아 든 것을 보고 케이팝을 새롭게 보게 됐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요요 마는 "2012년 경 뉴욕 잡지 기사에서 SM의 '문화 기술'이란 표현을 봤던 기억이 난다"며 "저는 그 때 그 기사를 보고 문화가 정치, 경제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알고 놀랐다. '강남스타일' 외에 케이팝을 전혀 몰랐지만 이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케이팝이 만드는 문화적 현상에 대해 듣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요요 마. 사진/별마당도서관
 
케이팝의 세계화, 20년 전 상상 못한 '꿈의 영역'
 
케이팝의 세계화는 2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성수 SM 본부장 역시 "보아가 일본 진출을 선언할 때 아무도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이날 말했다. "JYP, 빅히트 등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하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전부 상상이었고 그걸 만들어내는 단계가 있었습니다."(이성수 SM 본부장)
 
하나의 문화 장르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경험과 기술력의 응집이 필요했다. 또 한국 내수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해외로 시야를 확장하는 관점의 전환도 필요했다. "5000만 한국 시장에 머무를 것인가, 해외의 더 넓은 시장으로 도전할 것인가. 당연히 대답은 후자에 있었습니다."(이성수 SM 본부장)
 
그는 케이팝이 결국 콘텐츠이며 결국 문화 장르의 범주 내에 속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단순히 감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며 "(콘텐츠) 생산 이후 확장과 수출을 위해선 체계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도 설명했다. 그것은 앞서 요요 마가 미국의 한 잡지에서 본 '문화 기술'이란 용어에 대한 설명이었다. 
 
"수많은 작곡가들과 아티스트들이 씬을 만들고 이에 하나 하나의 체계적인 기술을 더해왔습니다. 이제 이 문화 현상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이성수 SM 본부장)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본부장과 임희윤 동아일보 기자. 사진/별마당도서관
 
케이팝과 바흐 프로젝트 '동질의 유전자'
 
행사 내내 요요 마는 줄곧 "저는 이 자리가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라며 케이팝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행사 시작 1시간 전에도 그는 두 사람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고 한다. '제발 클래식에 대해 묻지 말고 케이팝에 대해서만 물어주세요.'
 
무대에서 그는 케이팝과 자신의 바흐 프로젝트가 동질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했다. 바흐가 전 세계 다양한 춤곡들을 첼로라는 악기로 이은 것처럼, 춤을 기반으로 한 케이팝도 세상을 연결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300년이란 시간 차가 있지만 결국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춤 기반의 음악이 세계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 있는 거죠. 저는 그게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행사 직전 요요 마는 국내 유명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OST를 첼로로 연주하기도 했다. 하루 전에 악보를 받아들었다는 그가 이 음악을 첼로로 선보이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아까 한국의 유명한 곡을 연주할 땐 저 역시 케이팝 문화의 일부가 된 느낌이었다"며 "문화라는 것이 어떻게 사람들의 꿈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켜왔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 케이팝으로 묻고 싶었다"고 외쳤다.
 
"음악은 세상의 일부"라 요약할 땐 장내에서 기립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세상이 바뀌고 싶어해야 해요. 음악은 사람들을 한 데 모으고 신뢰를 주면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사람들의 신뢰고 믿음이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요요 마는 프랑스 태생의 중국계 미국인이다. 나고 자란 환경으로 유추하면 평생 '경계'에 대해 고민해 올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음악 뿐 아니라 문화, 사회, 경제, 정치, 국가에 이르기까지 온 경계를 넘나들며 하는 일련의 활동들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이날 향후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물론이다"고 답했다. "저는 제 인생을 이렇게 '경계'를 넘는 일들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음악이란 건 마치 언어를 습득할 때처럼 어느 것이든 배울 수 있는 창구가 됩니다. 저는 바흐 연주도 하고 싶고, 케이팝 연주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케이팝과 함께 어떻게 세상을 도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7일 오후 2시 13호 태풍 '링링'이 서울 전역을 휘감았지만 별마당도서관은 요요 마를 보러 온 관객들로 붐볐다. 사진/별마당도서관
 
불안한 세계, 요요 마의 밝은 포용적 힘
 
요요 마는 최근 유니세프 등 국제기관과 협력해 음원을 내는 프로젝트도 해오고 있다. 9일 경기 파주 도라산역에서는 '문화로 이음: 디엠지(DMZ) 평화음악회'에도 참석한다. 앞으로도 음악으로 세계를 잇고, 그 포용적 힘을 전파하는 데 온힘을 쏟을 계획이다. 
 
"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많은 걱정과 불안 속에 살아갑니다. 기후 변화, 전쟁, 악화되는 경제 환경…. 너무 많은 걱정이 부유하는 세계 속에서 저는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후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행사 말미 요요 마는 바흐의 춤곡 2개를 라이브로 연주했다. '느린 춤곡과 빠른 춤곡'이라며 알기 쉬운 설명을 더했다. "느린 춤곡은 전 세계를 이동하며 춤추던 여성들의 춤곡입니다. 독일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고 왕에 의해 금지되기도 했던, 그리고 또 프랑스와 남아프리카까지 건너갔던 곡이죠."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춤곡이라는 '빠른 춤곡'을 설명할 때는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춤도 곁들였다. 좋은 인류의 공통 언어가 태풍 '링링'을 뚫고 온 이들을 미소 짓게 했다. 밝고 포용적인 이 세계의 변화가 거기서 꿈틀거렸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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