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망환경을 미국 기준으로 판단" vs "CP·ISP 이용자 보호 역할 구분해야"


페북·방통위 소송, 페북 승소 판결에 통신사·CP 입장 갈려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9-18 오후 4:35:18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소송 1심 판결을 놓고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렸다. ISP는 법원이 미국과 같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망 환경이 불안정한 곳을 기준으로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내렸다며 반발했다. 반대로 CP는 이용자 보호는 ISP와 함께 만드는 것이라며 망 환경에 대한 ISP 책임을 강조했다.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페이스북 판결로 본 바람직한 이용자보호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지난달 열린 페북·방통위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페북에 승소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ISP와 관련 전문가들은 법원이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국내 환경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국가 경계 없이 전세계에서 진행되지만 규제는 개별 국가 속성을 맞춰야 한다"며 "이번 판결은 국내 이용자의 기준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8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페이스북 판결로 본 바람직한 이용자보호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사진/김동현 기자
 
법원은 페북 승소 판결을 내리며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용자 불편을 일으켰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 기준으로 국내 통신 3사의 미국 ISP 접속 지연속도, 미국 정보통신사 시스코 자료, 유럽통신표준화기구(ETSI) 권장 사항 등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제출된 일평균 응답속도 75ms가 국제 기준에는 충족하지만 36.35ms를 기록하는 국내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의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국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돼야 하는 서비스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며 "이러한 법 감정이 반영돼야 하는데 단순 시간 계산으로 판결을 내린 것은 이용자 관점을 무시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CP는 이번 페북 승소로 ISP의 역할이 분명해진 것이라며 CP와 ISP의 이용자 보호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판결문에 '인터넷접속서비스 품질은 통신사업자가 관리·통제할 영역'이라고 판단했다"며 "CP는 인터넷 이용자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할 플랫폼을 마련하고 인터넷 개방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CP가 일정 수준의 망 품질 보장·유지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펼쳤다. 품질이 떨어졌을 경우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을 그 대안으로 선택하도록 선택지를 열어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방 위원장은 "CP가 스스로 접속경로를 변경했으면 그에 따른 문제도 CP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이 부분은 이용자 선택의 문제로 놓고, CP가 문제가 발생했을 시 서비스·기술에 대해 사전 고지를 의무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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