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상장사 대주주의 셀프 평가절하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9-30 오전 1:00:00

상장사 대주주나 경영진 등이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팔아치우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테마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한 이글벳은 최대주주자 대표이사인 강태성 사장이 보유주식 중 3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강 사장의 아버지와 부인도 각각 15만주를 팔았다.
 
이들은 주식을 팔아 총 63억원6000만원을 현금화했다. 매도 단가는 주당 1만600원으로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인 지난 16일까지의 평균가인 5107원의 두 배가 넘는다. 주식 매도 사실이 전해진 다음 날부터 주가는 내리막이다.
 
백광소재와 체시스 등도 ASF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대주주 측이 주식을 팔았다. 앞서 모나미와 후성 등 애국 테마주와 제이에스티나 같은 남북경협주에서도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헬릭스미스는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자들이 임상 발표 연기란 악재를 공시하기 전에 주식을 매도했다.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자, 경영진도 자신의 주식을 팔 권리가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재산에 손해를 끼칠 자격은 없다. 대주주 등의 주식 장내 매도는 주가 급락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 행위와 다르지 않다.
 
주가가 급등한 사이 주식을 팔아 현금을 챙기는 것은 스스로 '우리 회사는 투자가치가 없다'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기업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판 가격 이상으로는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고 받아들이는 게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로 낙인이 찍히면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기업을 오랜 시간 갖은 노력으로 키워 상장사의 반열에 올린 공이 놀음판 화투패 취급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지 개인의 노력과 삶이 하찮아지는 것으로 끝난다면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일부 대주주나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동이 주식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와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리고 불편한 인상을 받은 가게를 두 번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모든 권리는 의무가 뒤따른다. 대주주나 경영진은 100%가 아닌 지분으로 회사의 지배권을 쥔 대신 투자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지킬 의무가 있다. 상장사로서 경영과 자금 조달의 수월함을 계속 누리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의무가 싫고 따가운 눈총이나 비난을 피해 주식을 사고팔겠다면 대주주나 경영진의 지위를 내려놓면 된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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