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테일 살리기)②'수수료 무료' 등에 쏟아붓고도 관련수익 감소


'무료수수료→타사대체입고→주식담보대출'로 옮겨가며 출혈경쟁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09-30 오전 1:00:00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리테일 부문 확대를 위해 증권사들이 택한 방법은 고객 유치 이벤트다. 매매수수료를 일부 포기하는 대신 고객수를 늘려 부가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무료수수료 등이 일반화되면서 출혈경쟁 양상으로 전개된 탓에 이익 확대로 이어지진 않는 모습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사 중 상당수는 온라인 채널로 비대면 계좌를 만들어 국내 주식을 매매하는 고객에게 무료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 주로 신규고객이나 기존고객 중 일정기간 거래가 없었던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수수료 면제 기간을 정했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평생 면제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초엔 삼성증권이 뒤늦에 무료수수료 경쟁에 뛰어들어 불을 붙였다. 삼성증권은 작년 배당사고 오류에 따른 일부 영업정지 조치가 풀린 지난 1월27일부터 평생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섰다. 지난해 수수료 평생 무료 마케팅을 펼쳤던 NH투자증권도 이벤트 기간을 1년 연장했다.
 
삼성증권의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은 이벤트 시작 1개월여 만에 3만명을 넘었다. 영업일 기준으로는 하루 평균 1400여명에 이르는 규모다.
 
그러나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도 실적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원히 0원' 이벤트로 관심을 모은 올해 상반기에도 순수탁수수료 수익은 133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2236억원보다 40% 급감했다. 금융상품 판매수익 역시 1533억원에서 984억원으로 36% 줄었다. 지난 2016년 10.78%이었던 수탁수수료 점유율은 올해 1분기 8.38%까지 떨어졌다.
 
NH투자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역시 작년 상반기 21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296억원으로 38.5% 줄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의 경우 주식거래 수수료를 대폭 낮춰 시장점유율을 25%까지 높이기도 했다"며 "수수료 무료 혜택 등의 효과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렵지만 고객을 뺐기지 않기 위해 제살 깎아먹기 우려에도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런 마케팅은 더욱 강화되고 확산돼 해외주식 수수료를 낮추는 곳도 있다. 또 신용융자나 주식담보 등 대출금리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수수료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대출금리를 낮춘 것이다.
 
증시가 급락한 지난달에는 많은 증권사들이 타사주식 대체입고 이벤트를 진행했다. 다른 증권사 계좌에 있는 주식을 자사 증권사 계좌로 옮기면 입고 금액에 따라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들은 어떻게든 신규고객을 확보해두면 장기적으로 예탁금을 늘릴 수 있고 금융상품 판매와 신용융자, 담보대출 등에 따른 이자수익이 증가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에는 증권사 대출금리가 높다는 비판이 많았고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증권사도 소수였다"며 "상당수 증권사가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수수료수익에 이어 이자수익이 줄더라도 펀드나 채권 판매 등 자산관리(WM) 부문에서 수익을 얻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주가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는 리테일 부문의 특성상 이같은 전략도 강세장일 때는 빛을 볼 수 있지만 약세장을 만나면 효과가 약할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올라야 거래도 늘고 투자자들이 신용융자 등을 활용하는 일도 늘어날 텐데, 시장이 급락하는 시기에는 부가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C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주식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면 신용융자를 활용해 투자하려는 수요도 줄어든다"며 "때문에 주식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 현금까지 주면서 고객유치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국내 56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대출관련손익은 1조274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1조1773억원보다 8.3% 늘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탁매매 수수료가 30%가량 떨어진 반면 상품판매 수수료나 대출관련손익은 한자릿수 증가에 그친 만큼 단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금융상품 판매나 대출 거래 증가 등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고객 수를 늘리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온 올해 뒤늦게 거래수수료 무료 경쟁에 참여했지만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었고 신규고객을 늘렸다. 그럼에도 수탁수수료 수입은 작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삼성증권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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