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기 자동온도보상장치 설치는 '배보다 배꼽 큰' 격"


정치권 "소비자 손실" 지적에 정부·업계 "현실적 어려움·결국 소비자 부담" 호소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10-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정유소와 주유소가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 석유 온도 변화에 따른 질량 변화를 보정하지 않고 판매해 소비자 손실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유업계는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주유기나 저장고에 별도 장치를 설치하면 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어차피 다른 차원의 ‘사회적 비용’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다.
 
9일 정치권과 정부,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온도에 따라 부피가 변화하는 석유제품은 국제 기준인 섭씨 15°C를 기준으로 수출·도매 및 세금 부과 등이 이뤄지지만, 최종 소비자단계인 주유소에서 판매할 때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는 석유제품 특성상 같은 값을 내도 소비자가 공급받는 질량은 적어진다. 1L를 주입해도 실제론 0.99L만 주입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은 이렇게 발생한 소비자 손실액이 2017년 기준 1°C 상승 시 541억여원에 달했다면서, 캐나다에서 도입한 주유기 자동온도보상장치 부착이나 미국 하와이에서 독려하는 온도 보정 판매를 예로 들고, 공급량 오차를 바로잡을 보정계수 적용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유소와 주유소가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 석유 온도 변화에 따른 질량 변화를 보정하지 않고 판매해 소비자 손실을 방치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정유업계와 정부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사진/뉴시스
 
업계는 이 같은 대책에 따른 비용이 실익보다 크다고 호소한다. 주유소에서 직접 저장고에 온도 유지 장치를 설치하거나 주유기에 온도 변화만큼 주유량을 역산하는 장치를 일일이 부착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결국 그 설치비용도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원칙상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단계에서는 15°C 기준에 따른 부피 환산을 적용하지만, 실제론 주유소 업주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정유사 입장에서 손익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대안에 대해 “이익은 없고 마음만 시원한 격”이라고 일침했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비슷한 문제가 제기돼 2009년 12월 조사 결과 온도가 오르는 여름철 소비자 손해와 겨울철 이득을 합산하니 연간 오차율이 0.17%에 불과했다”면서 “주유기 부착 장치 허용오차가 0.75%로 더 커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와 관련해서는 “캐나다는 춥다보니 주유소 업자가 스스로 장치를 설치하고 더운 하와이는 주정부 차원에서 독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상청에 따르면 산업부가 조사를 실시한 10년 전 대비 전국평균기온은 0.7°C 가량 상승했으며 온난화에 따라 전반적인 온도는 상승 추세다. 또 과세 측면에선 소비자가 제품을 제값만큼 공급받지 못하면서도 기름값에 포함된 세금은 정량을 부담하는 ‘과잉 납부’ 문제가 발생하는 반면, 정유사들은 정부로부터 수입부과금을 ‘과도 보전’ 받기도 한다. 이 문제를 지적한 김 의원은 “주유소에서 토출되는 석유제품 온도를 실시간으로 공개해 소비자들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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