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신의 한 수: 귀수편’, 반상 투기와 생존 투기의 ‘격돌’


‘신의 한 수’ 스핀오프 스토리, 전설의 고수 ‘귀수’의 탄생기 ‘초점’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10-31 오전 10:34:5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투기(鬪技). 서로 맞붙어 싸운다. 이 간단 명료한 문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무엇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 무엇에 대한 의견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명확한 것은 하나다. 반상의 위의 전쟁, 바둑이다. 세상에서 투기의 목적에 가장 부합된 스포츠. 때문에 액션과 바둑의 결합에 난색을 표하고 비웃음을 터트렸던 일부 예비 관객들조차 2014년 개봉한 신의 한 수는 몰랐던 세계에 대한 입문이자 특이점이었다. 대중적이지만 결코 대중적이지 않은 마니아 전유물. 바둑은 그렇게 세상과의 접점을 통했고, 영화 속 세계관도 바둑을 통해 세상과 대화를 시도했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정우성 주연 신의 한 수’ 15년 전 스토리다. ‘신의 한 수에서 딱 두 번 언급이 된다. 한 번은 교도소 독방에서 주인공 태수(정우성)가 벽을 사이에 두고 의문의 인물과 벽을 두드리며 대국을 펼치는 장면이다. 태수는 자신이 머문 독방 사방에 가로세로 19줄 총 361칸의 바둑판을 그리며 대국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건너편 방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도 바둑판도. 이 영화에서 시각장애인 주님(안성기)이 두던 맹기 바둑’. 바둑판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두는 만화 같은 실체다. 또한 주님은 태수의 이런 경험담에 부산에 그런 수를 쓰는 자가 한 명 있다고 들었다” “귀신의 수를 쓴다고 해서 귀수라고 불린다더군이라고 그 남자의 실체를 전한 바 있다. 이 영화는 귀신의 수를 쓰는 자귀수에 대한 얘기다.
 
한 소년이 있다. 이름은 없다. 공개되지 않는다. 그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고 있다. 이 곳은 한 프로 바둑 기사의 집. 문하생 수십 명이 마당에서 바둑 공부 중이다. 소년은 곁눈질로 훈수를 둔다. 하지만 돌아온 건 육두문자 욕지기뿐. 그저 버틸 뿐이다. ‘바둑판에서 바둑돌은 전부 죽지 않는 법이다. 그는 버티고 또 버틴다. 그리고 그에게 기회가 온다. 하지만 그 기회는 결국 기회가 아닌 지옥 문의 열쇠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른다. 어떤 사건이 이 소년을 세상이라 불린 생지옥으로 내 몰았다. 이제 소년은 소년이 아니다. 집을 떠나 내기 바둑판을 전전하던 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내기 바둑계 숨은 고수 허일도’(김성균). 허일도는 소년에게 기회를 준다. 소년은 기회를 잡는다. 이제 둘은 바둑을 통해 세상과 대화를 하고 투기를 펼칠 판을 깔 준비를 시작한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허일도를 통해 소년은 자신의 진면목이자 진짜 힘 맹기 바둑의 실체를 습득하게 된다. 361칸의 바둑판을 통째로 외워서 두는 바둑.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세상으로 나온다. 내기 바둑계를 휩쓸며 이름 값을 높인다. 두드러진 강자, 즉 강하고 곧은 거대한 고목은 강한 풍파에 쓰러지기 마련이다. 비정한 내기판 세계는 죽는 사람과 사는 사람, 잃는 사람과 얻는 사람만 존재한다. 승패는 무의미하다. 연전연승을 거듭하던 허일도와 소년, 허일도 역시 죽는 사람이 될 뿐이다. 이제 소년이 아닌 소년은 진짜 괴물이 되기 위한 문턱까지 다다르게 된다.
 
스승을 잃은 소년은 다시 스승과 함께 수련을 거듭하던 산속 암자로 들어간다. 바둑 실력과 함께 싸움 실력까지 몸으로 체득하고 머리로 빨아 들인다. 반상의 이치가 삶의 이치와 맞닿아 있다면 이 소년은 이제 세상의 이치를 꿰뚫게 된 완벽한 괴물이 됐다. 산을 내려올 때쯤 청년이 된 소년은 허일도 지인이자 내기 바둑계 브로커 똥선생’(김희원)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과거 스승의 왼팔과 목숨, 여기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 바꿔 놓은 한 인물의 단수(單手)를 위한 사활(死活)을 계획하고 이를 위한 포석(布石)을 시작한다. 그의 포석에 걸려든 부산잡초’ ‘장성무당’ ‘외톨이등 모두가 결정적 패착(敗着)을 향해 자신도 모르게 축()에 걸려 든 채 착수(着手)를 거듭할 뿐이다. 계가(計家)는 물론 복기(復棋)도 필요 없다. 영화 마지막 귀수의 칼날이 향한 황사범과의 대국은 착수와 포석, 축과 패착이 단수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게 만든 완벽한 기보였음이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은 세상을 놀이터가 아닌 생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한 남자의 들끓는 복수가 만들어 낸 완벽한 설계였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전작 신의 한 수와 마찬가지로 신의 한 수: 귀수편역시 복수극이다. 그리고 두 편 모두 바둑이 중심이다. 하지만 조금 다르다. 전작이 액션 외피를 입은 바둑 얘기였다면, 이번 귀수편은 바둑 외피를 입은 액션 활극이다. 여기서 액션 활극 정당성은 무협 서사 구조가 담아낸다. 강호의 은둔 고수와 수제자, 내공 수련, 실체에 접근해 가는 과정, 악인 격파를 위한 도장 깨기, 단계별 고수 이후 절대자와의 마지막 한 판 승부. 이 과정은 주인공 귀수가 소년이던 시절부터 귀수로 변모하고 각성하는 과정의 이유와 맞물리면서 절묘한 합일점을 찾아낸다. 물론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끌고 가는 것의 동력은 바둑이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바둑을 통한 대화 구조가 좀 더 강하고 진하다. 바둑은 상대와의 싸움이다. 싸움은 대화다. 대화는 감정의 교류다. 이 영화 속 귀수의 대국 백미를 꼽자면 장성무당과의 일색 바둑 대결이다. 한 가지 바둑돌로 두는 일색 바둑은 상대의 수싸움과 형세 판단 그리고 심리를 뒤흔드는 기싸움이 더해지면서 무협 서사 감성과 액션 장르 쾌감을 동시에 끌어 들이는 보기 드문 시퀀스 구조를 만들어 냈다. 화면 구도와 촬영도 기존 국내 장르 상업 영화에선 느껴 보지 못했던 이질감이 넘친다. 하지만 그 이질감이 색다름과 차별점으로 먼저 다가오니, 백미이자 압권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이러니하게도 귀수는 각각 대결 과정에서 바둑을 제외하곤 악인과의 육체적 액션을 최소화한다. 결과적으로 감독은 바둑고유의 투기성을 살리는 구조로 끌어가는 묘미를 느끼게 한다. 귀수가 각각 대결에서 악인들을 대국의 결과로만 복수를 매조지 할 뿐, 다른 수단으로 단죄를 하진 않는다. 이건 바둑이 담고 있는 투기와 함께 삶의 이치를 담아 낸 반상의 법칙을 담으려는 감독의 숨은 연출이자 시나리오 작가의 의도로 보여진다. 장르영화의 기본적 권선징악 구조이지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무래도 파격적인 전체 구성일 듯싶다.
 
영화 시작과 함께 40여분이 지난 뒤 등장하는 오프닝 시퀀스의 비주얼 충격은 압도적이란 수식어만으로도 부족하다. 소년에서 소년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변모한 지점, 즉 귀수 직전 상황에서 스크린에 터진 오프닝 시퀀스는 관객들의 몰입감을 장악하는 완벽하게 계산된 배치의 절묘한 타이밍이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마지막 엔딩 시퀀스에서 등장한 귀수의 선택, 그리고 타이틀로 가득한 스크린의 아우라는 절대 고수의 선택이 군림이 아닌 또 다른 무엇으로 이어질 수 있단 작가와 연출자의 세계관 확장 키워드의 힌트로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이다.
 
신의 한 수: 귀수편’, 올해 개봉한 상업 영화, 그리고 앞으로 개봉할 모든 영화 세계관 스핀오프 가운데 가장 완벽하다. 인물과 스토리 소재와 이유가 가장 절묘하게 매치된 가장 완벽한 올해의 상업 영화 한 편이다. 개봉은 11 7.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