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사모펀드 규제 강화로 유턴…오락가락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조국펀드·DLF사태 등 연이은 사고로 부정여론 의식…전문가들 "금융사고때마다 규제 만능주의"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11-14 오후 4:22:13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책을 내놓았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특정 목적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돈을 넣는 공모펀드와 대비된다. 당국은 그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직접적인 판매제한에 부정적이었으나 조국펀드 논란부터 DLF사태, 라임사태 등 사모펀드에서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자 강력하게 나설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사모펀드 활성화에 나섰던 금융정책 기조가 급변하면서 부동산에 쏠린 시중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정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은행 대출이 버거운 중소혁신기업들도 투자를 통해 필요자금을 공급받을 확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14일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대책'의 핵심은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다시 높힌 것이다. 사모펀드 일반 투자자의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고, 금융소비자들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는 은행에서는 고위험 투자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당초 당국은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금손실 사태 등의 재발을 막는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직접적인 규제 강화로 선회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DLF 사태가 불거진지 얼마되지 않은 지난 9월 "구명조끼 입고 수영하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아예 수영을 금지시킬 것인지 여러가지 의견을 듣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모펀드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국정감사와 DLF 원금손실 현실화에 따라 부정여론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왔다. 사모펀드의 위험성이 상당한 만큼 최소가입금액을 다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을 5억원으로 높여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사모펀드시장은 최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소신이었지만 이 같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정책기조는 사모펀드 규제완화였다. 부동산에 쏠리 시중자금을 금융권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부동산에 편중된 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면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줄이 마른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봐서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부터 당국은 사모펀드 규제 체계를 이전보다 단순하게 바꾸고, 개인투자자 기준 최소 가입 금액을 기존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
 
당국이 이번에 사모펀드 투자금액 기준을 3억원으로 상향한 것은 기존의 자격기준(1억원)과 정치권의 요구 수준(5억원)의 중간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사모펀드의 최소가입금액을 10억원에서 5억원, 1억원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며 활성화를 유도한 그간의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사고가 발생하면 규제를 강화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을 느낀다.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이다"며 "투자상품에 사고가 난다고 해서 자본시장에 찬물을 끼얹어버리면 그야말로 '교각살우'가 될 수도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자격기준을 강화하면서 사모펀드 투자규모가 일부 축소될 수 있지만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는 투자자 보호 측면과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며 "현재 전체 사모펀드 중 개인판매 비중은 약 6.6%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 자격요건을 강화하더라도, 전체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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