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클로젯’, 색다름 시도한 도전 분명히 크다


익숙한 공간+초자연적 존재+사라진 아이…‘공포+오컬트’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2-03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집에 살고 있는 악령, 그리고 아이가 사라졌다. 초자연적인 존재. 사라진 아이를 찾아야 한다. 상당히 익숙한 설정이다. 영화 제목 클로젯은 벽장이다. ‘드러나지 않은 비밀이란 뜻도 있다. 이 영화는 집에 살고 있는 악령과 그 집에 사는 아이가 사라진 사건, 그 사건의 배후에 자리한 비밀을 추적하는 얘기를 그린다. 꼭꼭 숨겨 둔 비밀은 집안 벽장 속 어둠처럼 음침하다. 예상 가능한 결말이 추측된다. 사실 비밀은 스토리의 이유가 아닌, 스토리의 동력이 되는 벽장초자연적 존재.
 
 
 
클로젯의 아이디어는 벽장이란 소재에서 시작이 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몇 차례 등장한 벽장’(혹은 옷장)은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통로형식으로 비유돼 왔다. 다은 차원으로 통하는 통로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다. 비밀이다. 그래서 음침하고 어두운 느낌을 가져야 한다. ‘클로젯에서도 이런 느낌을 가져온다. 한 가지를 더하면 어둑시니라 불리던 우리 민간 설화 초자연적 존재를 끌어 온다. 장르 한국 영화로서 시도는 좋다. 영화 중반 이후 등장하는 다른 차원 이계에 대한 표현과 연출도 흥미롭다.
 
영화는 주인공 상원(하정우)과 딸 이나(허율)의 관계에 집중한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원, 당시 사고로 인해 상원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간혹 악몽에 시달린다. 아내와 딸 이나와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워커홀릭으로 살아오던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죽은 아내를 대신해 딸 이나에게 이젠 더 집중하려 노력한다. 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자신에겐 아내였지만 이나에겐 엄마였던 그 기억을 떨쳐 내기 위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외딴 집. 고풍스런 서양식 대저택이지만 그 안은 동양적 색채가 가득하다. 이질적인 느낌이 강한 공간이다.
 
영화 '클로젯'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나와의 관계 회복과 아픈 기억을 떨쳐 내기 위해 노력하는 상원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일을 해야 하지만 이나는 자신의 곁에 없는 엄마와 아빠의 존재에 불만이다. 그런 이나의 마음이 이해되지만 헤아리진 못하는 상원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이나의 행동이 변한다. 어느 날밤 딸의 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린다. 조심스럽게 열어 본 이나의 방에는 아무런 일도 없다. 조용히 자고만 있는 이나다. 상원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어느 날 딸 이나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뉴스에는 이나의 실종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이 뉴스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다. 퇴마사 경훈(김남길)이다. 이나의 실종을 두고 세상은 상원을 차갑게 바라본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경훈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상원에게 이나를 찾아주겠다고 단언한다. ‘귀신이 이나를 대려 갔다고. 그리고 이나가 처음이 아니라고. 상원은 절대 믿지 않는다. 하지만 믿을 수 밖에 이나를 대려 갔다고 주장하는 경훈이 주장한 그 존재를 눈으로 확인한 상원이다.
 
영화 '클로젯'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클로젯은 공포다. 공포는 무서움이 등장해야 한다. 이 영화는 가장 안락한 공간인 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불안정한 공간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그린다. 할리우드 호러 장르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는 설정이다. 이 설정 안에 퇴마가 끼어든다. 이 역시 할리우드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차별점은 동양적 색채의 퇴마와 관계다.
 
영화 처음 시작과 함께 등장한 토테미즘 표현이 우리의 정서와 부합되면서 호기심을 끌어 올린다. 경훈이 등장한 뒤 시도되는 퇴마의 행태도 서양 장르 영화 속 악마와의 대결에서 그려진 그것(?)과는 많은 차별을 둔다. 상상력 차원에서 서양의 악마와 동양의 악귀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다. 순수한 악을 그린 지점이 악마라면 악귀이유가 분명하다. ‘클로젯어둑시니의 존재가 그랬다.
 
영화 '클로젯'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주인공 상원과 이나, 경훈과 어둑시니’. 여기에 이나와 어둑시니이들의 관계는 클로젯의 메인 스포일러가 된다. 이 관계를 깨고 부셔야 하는 지점이 영화 자체가 그리는 주제이면서 해결책이자 결말이 된다. 아이디어차원에서 클로젯의 장점은 이 정도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고민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면 클로젯은 그 깊이를 더 하지 못한다. 연출과 설정은 한국영화에서 등장한 바 없는 새로움이지만 결과적으로 맛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더욱이 공포와 오컬트를 결합한 장르적 색채의 장점을 스스로 죽여 버려 아쉬움이 크다. 공포와 오컬트의 장르적 장점은 신비감이다. 영화 속에서 이 모든 것을 담당하는 경훈의 역할이 기묘할 정도로 허술하다. 모든 상황과 설정 전후 관계를 대사로 풀어내 관객들에게 극단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사건을 두고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선 긴장감이 떨어지는 상황만 접하게 된다. 사건 등장 이후 경훈의 설명으로 인해 이어질 뒤의 상황이 스포일러처럼 이미지화된다. 이건 기획 단계에서 걸려져야 했던 이점이다. 촬영 당시 연출이 배제했어야 할 지점이다.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도 문제로 보인다.
 
영화 '클로젯'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이들이 연이어 사라졌던 이유가 결국 클로젯이 말하고자 했던 지점이라면 제작진이 고민 자체가 전무했거나 착각했던 지점일 수도 있다. 단순하다 못해 1차원적인 고민이고 생각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창작의 기본 논리 속에서 클로젯은 충분히 새로움을 담고자 했던 시도를 했다. 출발과 설정 그리고 과정도 모자라진 않다. 하지만 고민의 흔적이 없다. 쉽게 가고 쉽게 생각한 지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좋은 소재와 좋은 설정, 좋은 배우들의 노력이 많이 아쉬운 결과물이다. 2 5일 개봉.
 
P.S 군데군데 깜짝 쇼 수준의 공포는 수준 이상이다. 벽장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 그리고 이계로 넘어간 상태에서 관객이 느낄 다른 체험은 충분히 흥미롭다. 2D보단 다른 포맷 상영과 관람에 더 강점이 크게 보인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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