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뒷조사' 남재준 항소심 선고 또 연기…대법 직권남용 판결 영향


법원 "국정원 권한에 속하는 지 등 법리 해석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2-04 오후 5:08:07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확인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선고가 또다시 미뤄졌다. 대법원이 지난달 30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내놓은 첫 판단이 해당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윤종구)는 4일 오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 등 6명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추가로 고려할 요소가 있어 오늘 선고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재판부는 일정을 연기해 올해 1월 선고기일을 잡았다가 또다시 선고를 미뤘다.
 
'채동욱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불법 정보조회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서울고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남 전 원장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에게 적용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리해석을 감안해야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해당 지시가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와는 별도로 이런 지시를 받은 상대방이 공무원인지 일반인인지에 따라 사안별로 달리 판단해야 한다"며 직권남용죄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다. 
 
재판부는 "쟁점이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법원이 사건 판결에서 공무원과 공무원 사이나 기관과 기관 사이에서의 권한과 의무 등 관계를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자세히 설시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판단할 때도 국정원의 의무인지, 아니면 상대방 공무원의 개인정보가 침해됐을 때의 보호법의 침해인지, 아니면 국정원의 권한에 속하는지 등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최근의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 전 원장 등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지만 '공무원에게 지시' 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 혐의와 비슷한 면이 있다는 판단이다. 남 전 원장 등은 2013년 6월 채 전 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첩보를 듣고 부정한 목적으로 국정원 정보관에게 혼외자의 가족관계와 학교생활기록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해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와 더불어 일부 피고인들의 위증 혐의와 관련해 별도로 진행 중인 재판을 참고할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위증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에 불복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부는 "대법원 사건의 선고까지 기다리는 것은 어려워도 상고 이유서나 상고이유 보충서 등을 참고자료로 제출받아 검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피고인들이 직접 제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기일은 3월3일에 열릴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깨수술을 이후 서울성모병원에서 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국정농단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기환송심 역시 지난달 31일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을 이유로 결심을 미뤘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는 재판부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직권남용죄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양측에게 주장을 정리한 후 필요한 증거가 있으면 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런 경우 보통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 취지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기일은 3월 재개된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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