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화웨이 압박용 카드'에 삼성이 애타는 까닭


미국의 에릭슨 지분 취득, 삼성 '5G 장비' 주요 공략 시장 뺏길 수 있어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2-12 오전 6:01:05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미국이 화웨이 압박을 위해 에릭슨 지분을 취득하겠다고 한 데 대해 에릭슨 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5G 장비 시장 '20%'라는 삼성전자의 목표와 1위 달성 가능성이 한층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릭슨의 최대주주인 세비안캐피탈의 공동창업자 크리스터 가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에릭슨을 손에 넣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에릭슨 이사회로서는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표현했다. 앞서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이 화웨이 견제를 위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에릭슨과 노키아 등의 통신 장비 업체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한 화답인 셈이다. 
 
미국 정부가 특정 외국 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이를 동맹국에 요청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바 법무장관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콘퍼런스 현장에서 "동맹은 미국이 직접 지배지분을 확보하거나 미국과 동맹국 민간 기업의 컨소시엄을 통해 확보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며 "우리의 큰 시장과 자금력을 이들 중 한 곳이나 모두에 투입하면 훨씬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고 화웨이에 대한 우려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화웨이가 네트워크에 '백도어'를 심는 방법으로 중국 정부에 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의 동맹국가들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을 압박해왔다. 이날 행사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 정부에 대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의 기술을 훔치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이어 에릭슨의 지분 확보까지 거론하게 된 것은, 최근 영국이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에 화웨이 통신 장비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은 민감한 정보가 담긴 네트워크 핵심 부문은 배제하는 한편, 비핵심 부문에 대해서는 화웨이 사용을 허가했다. 화웨이 점유율이 35%가 넘지 않도록 제한을 둔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에 영국이 미국 동맹 5국(파이브아이즈)에서 사실상 탈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에릭슨 지분 취득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삼성전자에게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유럽, 아시아 등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화웨이가 여전히 강세인 만큼, 북미 지역이 삼성전자의 주요 5G 공략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5G·LTE 망설계 기업인 텔레월드 솔루션즈를 인수를 통해 북미 이통통신 분야의 현지 전문인력과 서비스 노하우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5G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전 세계 주요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 압박에 힙입어 지난해 1분기에는 37.8% 점유율로 5G 장비 시장 '깜짝 1위'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화웨이(31.2%), 에릭슨(25.2%), 노키아(18.9%)의 '빅3' 벽을 넘지 못하고 4위(15%)에 머물렀다. 지난해 화웨이는 전 세계 65개 네트워크 사업자와, 삼성전자는 9개 사업자와 5G 관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5G 장비 시장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준 국내 5G 투자가 줄어들 예정이어서 작년보다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삼성이 드라이브를 거는 쪽은 올해 5G가 본격화되는 미국과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의 에릭슨 투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웨이 측은 프랑스와 영국 등의 국가에 화웨이 제재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주재 중국 대사관은 최근 웹사이트에 공개한 성명에 "프랑스는 투명한 규정을 마련하고 모든 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라"며 "출신국가를 근거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은 위장된 보호주의"라고 게재했다. 류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 대사도 BBC방송에 출연해 "그들이 하는 것은 일종의 마녀사냥"이라며 "화웨이는 민간 기업이고 중국 정부와 아무 관련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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