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사업 늘어도 중견사 '울상'…"대관 잘하는 대기업에 유리"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2-13 오후 3:29:09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공공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일감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중견 건설사들은 울상이다. 일감난을 겪는 대형사들이 그간 외면해온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진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참여형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 시 대형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기업이 외부 심사위원을 통해 시공사를 고른 후 조합에 추천해 동의를 구하는 방식인데, 조직력과 자금력이 우월한 대형사가 심사위원 관리에 나서면 유리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참여하는 공공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다. 이 사업에 주력해왔던 중견 건설사들은 그러나 일감난이 계속될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늘려도 중견 건설사가 일감을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중견사도 “대형사들이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라며 “먹거리 걱정이 심각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중견사 사이에서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다수 대형사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진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5월과 12월 각각 대구와 서울에서 가로주택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GS건설과 대림산업도 자회사를 통해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중견사들은 브랜드 파워나 재무구조 등이 탄탄한 대형사가 진출하기 시작하면 먹거리를 대부분 가져가지 않겠냐고 걱정한다.
 
공공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시공사 선정 시 대형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점도 중견사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LH, SH 등 공기업을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공동시행자로 참여시켜 절차 간소화 등 혜택을 제공해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때 LH는 사업 참여 의향이 있는 건설사들을 지원 받아 지명경쟁입찰을 진행한다. 조합 임원이 참가하는 외부 심사위원단을 꾸려 입찰제안서를 평가한 후 적절한 업체를 골라 조합에 추천해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사가 심사위원 관리에 나서면 자금력과 조직력, 인적 네트워크가 밀리는 중견사는 추천업체 선정 경쟁에서 밀릴 여지가 많다는 걱정이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중견사도 심사위원에 접근하겠지만 이런 부분의 역량은 대형사가 월등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중견사 혹은 지역업체 인센티브가 없다면 심사위원 평가에서 대형사가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대형사 관계자들도 “수주를 해야하니 심사위원 관리는 필요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중견 건설사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중견사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중견사 일감이던 지방 정비사업에 대형사가 진출하고,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 입찰 때도 대형사에 유리한 설계공모 방식이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환경상 중견사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한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서울 도심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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