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배당 올인, DGB금융 잇속 챙기기


증자 예고하고 배당세 버리면서 무리한 배당 '왜?'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2-14 오전 1: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하이투자증권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시가배당률 14.6%의 고배당에 나섰지만 내부에서는 대주주의 횡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회사 매각 첫해부터 상당한 금액이 대주주인 DGB금융지주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순이익 중 자회사를 매각한 일회성 이익도 많이 포함돼 있어 무리한 이익 빼가기란 지적도 제기된다. 만약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대로 결정될 경우 향후 배당을 둘러싼 DGB금융지주와 하이투자증권 간의 내홍이 예상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보통주 1주당 73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에 따른 배당금 총액은 약 293억원이며, 시가배당률은 14.6%에 이른다. 2019년 잠정 순이익 849억원을 감안한 배당성향은 34.5% 수준이다. 하이투자증권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현금배당을 결정했다”며 “최종 배당금은 오는 3월 정기주총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대목은 이 배당의 대부분을 불과 1년 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DGB금융지주가 가져간다는 점이다.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의 발행주식 85.32%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배당금 293억원 중 약 250억원은 DGB금융지주의 몫이 된다. 이는 하이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과 하이선물 매각 차익인 279억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금액이다. 자회사를 팔아 배당을 챙겨가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이투자증권 내부에서조차 대주주를 위한 고배당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작년 특별영업이익까지 해서 1000억원을 겨우 넘었는데, 300억원에 가까운 배당은 말이 안 된다”며 “이번 배당은 굉장히 과하고 대주주가 빼가는 목적이 맞다”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배당금 결정과 관련해 소액주주들의 배당 요구에 응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이투자증권이 오랫동안 배당을 하지 않아 대주주가 바뀐 뒤 소액주주들이 배당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4%의 소액주주에게 배당하기 위해 85%의 본인 몫을 챙긴다는 답변은 옹색하다.
 
실제로는 DGB금융지주의 요구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회사 내부 관계자는 “사측에서 한달 동안 지주사 쪽에 적정 수준의 배당만 하자고 설득했으나 실패했다”며 “내년에도 이런 배당을 요구하지는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하이투자증권이 조만간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배당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중에 DGB금융지주가 참여하는 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지난해 이미 결정했다. 
 
결국 증자 전에 먼저 자금을 투입할 곳에서 250억원을 배당으로 챙겨가는 셈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차라리 소액주주 차등배당을 실시해 배당 규모를 줄이고 그와 동일한 금액만큼 증자도 줄인다면 수십억원의 세금을 허공에 날리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된다.
 
대주주의 이와 같은 결정에 하이투자증권 노조 측은 반발을 예고했다. 사무금융노조 하이투자증권 지부는 우리사주조합의 주권을 위임받아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총에 참석해 이번 배당에 대해 문제제기할 계획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배당으로 존속하기 때문에 배당을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배당은 상식을 넘어 문제가 있는 배당”이라며 “지주사에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소액주주들을 배려한 배당이었다면 차등배당을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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