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고용유지? 한달도 못버틴다" 산업계 현실 모르는 기간산업기금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5-14 오후 3:10:29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정부가 기간산업기금을 지원받는 기업에게 '90% 고용유지' 의무를 부과키로 하면서 산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기간산업기금 지원받는 기업의 고용유지 비중을 고용 총량의 90% 수준으로 정했다. 업종·상황을 고려해 일부 고용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세훈 금융위 정책국장은 지난 12일 "고용 총량의 90%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본 가이드라인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업종·상황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담당 부처와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가감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고용유지 비중이 과하다는 의견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인력 90%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며 "10%만 인력을 감축해서 코로나를 버틸 기업이라면 애초에 정부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사업 재편이나 신사업 얘기할 때마다 까다롭게 고용유지 조건을 제시했다"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국난 상황이므로 현실적인 고용유지 비중을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유지 비중을 90%로 정했다가는 기업이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고용유지를 통해 국민 생활을 지키자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근간이 되는 기업이 흔들리면 남은 고용마저도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침대로 90% 비중을 유지하더라도 한달 이상은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며 "코로나 사태가 6개월 이상은 갈텐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가장 우려하는 곳은 항공산업이다. 항공은 운송업이기 때문에 제조업처럼 많은 인력이 필요한 곳이 아니다. 하늘길이 대부분 닫힌 상황에서 90%나 되는 인력을 무작정 놀릴 수도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은 여러 전제조건이 부합돼야 살아나는 업종"이라며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이 코로나를 극복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돌아다녀도 괜찮다는 안정심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현재 항공기 운영 비중이 10% 밖에 안되는데, 90%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
 
산업계는 정부가 추후 진행할 고용유지 비중 조정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90% 수준에서 얼마나 조정을 해주냐에 따라 기업생사가 달렸다"며 "현실적인 수준에서 대폭 낮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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