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비망록 "검찰의 강아지 돼 한명숙 관련 거짓 진술"


MBC·뉴스타파 내용 일부 공개…사실이면 조작 수사 파문일 듯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5-15 오전 9:21:4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검찰이 적어준 '모범답안'을 외워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서 진술했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뉴스타파와 MBC는 지난 14일 한 전 대표의 옥중 비망록 일부를 공개했다. 한 전 대표는 3차례에 결쳐 불법정치자금 9억여원을 한 전 총리에게 제공했다고 검찰조사에서 주장한 인물이다. 한 전 대표의 진술은 당시 한신건영 사건 재판에서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했고 한 전 총리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만기 출소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망록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조사실에서 '한명숙' 총리의 이름을 듣게 됐다. 당시는 서울시장 선거를 두 달 정도 앞두고 있던 시기로, 한 전 총리는 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상태였다.
 
한 전 대표는 비망록에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성실하게 사실대로 답변해달라"며 "협조해서 도움받을 것인지 아니면 힘들게 해서 어려워지든지 선택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적었다. 그는 "검사가 '절대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 했다"고 덧붙였다.
 
비망록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출소 후 사업 재기에 도움이 된다 생각해 검찰에 협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검찰의 지시대로 '3번에 걸쳐 3억원씩 총 9억원을 한 전 총리에 현금, 수표, 달러를 섞어 전달했다'는 내용의 조서를 외웠다. 검찰은 그에게 조서를 외우게 한 뒤 시험까지 봤다. 자신이 내용을 잘 외우지 못하자 검찰이 돈을 전달할 때 한 전 총리와 통화한 횟수를 임의로 고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가 지시에 잘 따르면 검찰은 특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여기서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만호는 없어지고 오로지 검찰의 강아지가 되었고 매일 점심이나 저녁 식사 때마다 검·수사관들의 립서비스에 마냥 흐뭇해하고 옳고 그른지 판단력은 없어졌거나 마비되어버렸다"고 밝혔다.
 
비망록에 따르면 검찰은 한만호의 진술을 언론에 계속 유출하면서 서울 시장 선거 지지율을 점검했다.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0.6%포인트 차이로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결국 한 전 대표는 같은 해 12월 한 전 총리의 두 번째 공판에서 자신의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 조사 때 인정했던 '불법 정치자금 공여'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비망록에 "부관참시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진실을 밝혀야 겠다고 결심했고 손꼽아 기다려서 12월20일 행동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증인도 살아야할 생각에 너무나 절박했기에 검찰의 진술을 유지했을 것이다"며 "그런데 언론 기사 내용은 그런 증인의 심정이 한층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아득함뿐이었다. 거짓 진술, 사실이 아닌, 날조였기에"라고 썼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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