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사고 레버리지 파는 개미, 코스닥 상승 제동


5월 거래대금, 개인 비중이 80%…지수 변동성 확대 우려도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5-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개인 투자자의 매수 행렬에 파죽지세를 보이던 코스닥 지수가 690선을 넘긴 지난 13일 이후 오름세를 멈췄다. 개인 투자자들의 코스닥 '하락' 배팅이 지수 상승에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이 외국인과 기관이라는 큰손이 아닌 개인에 의해 움직이면서 '개미'들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면서도, 투자가 인버스나 레버리지에 몰릴 경우엔 오히려 지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개인들은 하락에 배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코덱스(KODEX) 코스닥150 선물인버스'를 851억원치 순매수했다. 4월17일부터 29일까지 528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반면 같은 기간 '코덱스 코스닥150 레버리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를 이어가 총 1646억원어치를 매도했다. 레버리지는 지수가 1만큼 오를 때 곱절인 2를 벌 수 있어 지수 상승에 배팅하는 대표적인 상품인데, 개인은 이를 매도함으로써 역시 하락에 배팅했다.
 
인버스 투자가 늘어나면 선물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이 늘어나는데, 이 규모가 크면 현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레버리지도 마찬가지다. 두 배 수익을 맞추려면 선물을 대량으로 거래해야 하고, 이는 다시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김두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이 인버스를 많이 사는 추세인데, 이 때문에 시가총액 상위주들부터 빠졌다"며 최근의 지수 하락 원인을 설명했다. 5월 들어 커진 '개미'의 힘이 인버스로 시장을 움직이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까지 만들어낸 셈이다. 왝더독이란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로, 선물 거래가 현물 시장을 좌우하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미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거래대금은 시장 규모가 5배나 큰 코스피 시장을 앞질렀다. 5월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발생한 매도 거래대금의 76%, 매수 거래대금의 78%를 개인 거래가 차지했다. 이달 들어 개인은 홀로 4조32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바이오, 제약 등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덕분에 지지부진한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 지수는 5월에만 50포인트가 올랐다. 하지만 ETF를 통해 하락에 배팅하는 선물 거래가 늘면서 주가 상승률은 제약을 받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시장의 흐름을 바꿀만한 연속적, 추세적인 수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공매도 금지 조치가 외국인의 입김을 줄였다. 한국같은 이머징 마켓에서 개별 종목 매매는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보통 공매도로 헤지 전략을 쓰는데, 공매도가 금지되자 외국인의 매매가 위축된 것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글로벌 증시 환경 악화에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기보단 패시브 투자를 활용하는 추세인데, 펀드 편입 종목 대부분은 코스피 상장사다. 기관 역시 시장을 컨트롤할만큼 매매 비중을 늘리지 않았다.
 
김두현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에 휩쓸리지 않고 개인이 사고 팔면 그만큼 반영되는 시장이 형성됐다"며 "개인이 주식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왜곡된 정보나 외국인의 일방적인 수급에 의한 주가 변동성을 줄이고 합리적 주식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내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인버스와 레버리지 등 위험 상품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의 장이라 해도 과도하게 인버스와 레버리지 상품에의 투자가 몰릴 경우 지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코스닥 시장은 한동안 나쁘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무역갈등 등으로 시장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코스피 시장을 붙들 때 오히려 코스닥 지수는 선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두현 연구원은 "4월 안좋았던 실적 반영은 어느정도 끝났으며, 한동안 중소형주에 대한 시장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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