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코로나19 시대의 게임산업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5-22 오전 6:00:00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게임 산업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1분기 글로벌 모바일게임 이용시간이 전년 동 기간 대비 20%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으로 외부활동이 제한되고 '심심한’ 시간이 늘면서 게임 이용시간도 는 것이다.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화한 WHO 조차도 '게임을 하며 집에 있으라'는 공식 입장을 낼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문체부 장관이 직접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비대면이 새로운 기준(뉴노멀)이 되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게임 산업은 어떻게 될까?
 
한국 게임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0%에 달하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해왔다. 수조 원의 매출을 내고 수십조 원의 가치 평가를 받는 게임 회사들도 배출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게임을 얻어 중국에 유통하던 텐센트는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과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게임은 최근 3년 이상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사드보복 및 한한령 이후, 한국산 신규게임은 중국에서 판호를 발급받지 못하면서 게임업계는 전세계 최대 게임시장을 놓쳐버렸다. 작년에는 전 세계 최고 인기 게임이었던 한국산 '배틀그라운드'도 중국에서 판호를 받지 못해 무료 시험판 서비스만 제공했다. 결국 배틀 그라운드의 중국 서비스는 종료됐고,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와 거의 유사한 '허핑징잉(和平精英, Game for peace)'이란 게임을 출시하면서 중국 1위 모바일 게임이 됐다. 
 
반면, 중국 게임출판업무위원회(GPC)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사들은 한국에서 연간 2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회사들이 미국, 핀란드 등의 글로벌 게임회사들을 인수하며 글로벌 게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업체들이 국산 게임을 베껴 중국 내에 유통시켰으나, 이제는 본격적으로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표절 게임을 유통하기도 한다. 
 
물론 정보재의 지적 재산권은 법적인 조치만이 능사가 아니다. 디즈니의 예를 들어 보자면, 중국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불법 복제돼 유통되는 경우가 많지만, 디즈니사에서는 모든 불법 복제를 법적 대응하지는 않았다. 대신 디즈니 캐릭터에 익숙해진 중국인들에게 디즈니 상품을 판매하거나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개장해 사업 기회로 만들었다. 실제로 모바일 게임은 보통 평균 수명이 6개월 내지 1년에 불과하지만, 법적 소송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법적 소송의 실익이 없는 경우도 많다. 거시적 관점에서 중국 시장의 기회를 살리는 지적 재산권 전략이 필요하다. 
 
얼마 전 발표된 정부의 게임 산업 진흥계획은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하던 오랜 규제를 개선하고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구체적으로는 적극적 규제 개선, 창업과 해외 진출 지원, e스포츠 육성, 게임산업 기반 강화 등 4대 핵심전략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주목 받고 있는 한국 게임산업에 대해 정부가 정보기술(IT)산업을 이끌며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도록 중장기 정책방향을 제시한 점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글로벌 게임 산업의 변화를 고려해 본다면 정부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산업현장과 적극적으로 공조할 필요가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부적절한 게임광고 제한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은 시대역행적인 조치이다. 법적 규제를 통한 법적 강제력 도입은 그동안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만들어온 자율규제 체계를 무력화시켜, 결국 규제의 수준이 후퇴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해외 업체들에게는 적용하지 못하는 법적 강제력 도입은 국내 게임회사들만을 옥죄는 역차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글로벌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의 변화에 대해 정부 차원의 세밀한 조사 분석이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 게임 산업이 지난 20년 동안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게임회사로부터 지적 재산권을 얼마나 침해당했는지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에 전 사업부문에서 일어날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보다는 글로벌 게임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어야 한다. 비대면 시장을 목표로 하는 가상 콘텐츠, 스트리밍 게임 등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하고 게임 플랫폼을 활용하여 영화, 웹툰 등과 같은 다른 콘텐츠의 융합이나 교육, 의료 분야와 같이 다른 산업과의 융합 방안을 준비하여 게임산업 중흥과 함께 더 많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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